
간만에 읽은 책입니다. 추천글을 읽고 봐야지, 봐야지 하다가 드디어 봤네요.
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책이었습니다.
2차 세계대전이라는 어찌보면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밝고 평화롭게 다룰 수 있던건
건지 아일랜드라는 배경도 한 몫 한 것 같습니다.
영국해협에 위치한 채널제도에 속해 있는 가장 큰 섬이라는 건지 아일랜드는
어찌 보면 격렬한 전쟁의 폭풍의 핵에서는 벗어나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.
하지만 이 곳까지도 전쟁의 영향이 끼치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각자 나름의 상처를 갖고 있습니다.
누군가는 전쟁으로 집을 잃었고, 또 어떤 이는 사랑하는 이를 잃었으며, 그리고 누구나 지독한 굶주림을 경험했으니까요.
하지만 그럼에도 감자껍질파이클럽이라는 해괴한 이름의 문학 단체에 속한 사람들은 때론 낙천적이기까지 한 모습을 보여줍니다.
물론 전쟁이 끝난 후에 그 일을 회상하는 형태라 이들이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
등장인물들이 가진 위트는 아마 전쟁 시기에도 여전했으리라 봅니다.
적어도 엘리자베스나 이솔라, 그리고 줄리엣은 그랬을 겁니다.
이 책은 서간문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.
덕분에 여러 인물의 입장에서 상황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.
하지만 그렇다고 같은 사건에 대한 여러 인물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.
오히려 이들의 편지는 마치 하나의 퍼즐조각들 같아서 부분적으로 사건을 파악할 수 있을 뿐입니다.
그리고 또 흥미로운 점은 서간문임에도 등장인물들의 생각이나 태도도 굉장히 간접적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입니다.
특히나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줄리엣이 그렇죠.
그래서 이 책에는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을 추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.
뭐 그렇다고 미스테리 소설처럼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주위 친구들의 눈치를 보며 상태를 살필 때와 같은 즐거움이 있어요.
그리고 이러한 즐거움이 어찌보면 소소한 내용의 이 글을 끝까지 읽게 해줍니다.
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저에게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누군가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해줬습니다.
이 책은 영국인의 입장에서 쓰여져있지만 독일군에 대해서는 꽤나 중립적인 입장으로 쓰여져있습니다.
단순히 분노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그들을 인간으로 묘사했으니까요.
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는 편입니다만 사실 이 책의 매력은 전적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말에 있습니다.
위에 서간문으로서의 매력을 언급했듯이 말입니다.
그래서 누군가에게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면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
그저 첫번째 편지를 읽어보라고 하는 게 빠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.
위트넘치는 편지들은 분명 기분 좋은 매력으로 다가갈테니까요.
덧. 영문학 전공자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.
문학 동호회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굉장히 많은 작가와 책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.
주석이 달려있어 읽는 데 무리는 없지만 확실히 알고 보면 더 재미있어요.







최근 덧글